해외 전시회에 전시품을 보냈다 — 주최측이 요구한 건 배상책임, 정작 비는 건 전시품
해외 전시회 참가 준비에서 보험은 보통 주최측 요구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주최측이 요구하는 배상책임보험은 우리가 남에게 입힌 손해를 다룹니다. 가져간 전시품이 깨지거나 사라지는 쪽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상황
해외 전시회에 부스를 내는 기업이 보험을 문의해 왔습니다. 문의의 출발점은 언제나 같습니다. 주최측이 참가 안내서에서 배상책임보험(Public Liability) 증빙을 요구했고,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전시 내용을 확인해 보면 실제 위험은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제품, 데모 장비, 샘플, 전시용 목업 — 국내에서 항공이나 해상으로 실어 보내고, 전시가 끝나면 다시 실어 오는 물건들입니다. 금액으로 보면 배상책임 사고보다 이쪽이 더 크고, 발생 확률도 더 높습니다.
주최측이 요구하는 보험은 전시품을 담보하지 않는다
배상책임보험(Public Liability / CGL)은 우리가 제3자에게 입힌 신체장해·재물손해를 담보합니다. 부스에서 관람객이 넘어져 다치거나, 우리 구조물이 옆 부스를 파손한 사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우리 소유의 전시품이 파손·도난된 손해는 배상책임보험의 담보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배상책임 약관은 피보험자 자신의 재물 손해를 명시적으로 면책합니다.
주최측은 자기들과 다른 참가사를 보호하기 위해 배상책임을 요구할 뿐, 참가사의 전시품까지 챙겨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구받은 것만 처리하면 정작 금액이 큰 쪽이 무보험으로 남습니다.
· 남의 손해 — 배상책임보험(주최측이 요구하는 것)
· 내 물건의 손해 — 적하보험 + 전시 기간 중 재물 담보(아무도 요구하지 않는 것)
적하보험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가
전시품을 실어 보내는 구간은 적하보험의 영역입니다. 표준 적하약관의 담보 구간은 이른바 창고간(Warehouse to Warehouse) 구조로, 출발지 창고에서 화물이 운송을 위해 처음 움직이는 때 시작해 목적지에서 인도가 끝나면 종료됩니다.
문제는 전시회에서 ‘목적지 인도’가 언제인지가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전시장 하역장에 내려놓은 때인지, 부스까지 옮긴 때인지, 포장을 풀고 설치를 마친 때인지에 따라 담보 종료 시점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설치가 끝난 뒤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은 운송이 아닙니다. 표준 적하보험만으로는 전시 기간이 통째로 비게 됩니다.
그래서 전시품 운송에서는 담보 구간을 다음과 같이 끊어 놓고 각각 메워져 있는지 확인합니다.
- 출발지 창고 → 공항·항만 (내륙운송)
- 국제 운송 구간 (항공·해상)
- 도착지 항만·공항 → 전시장 (내륙운송, 통관 대기·보세 구간 포함)
- 전시장 반입·개봉·설치 (담보 종료가 걸리기 쉬운 지점)
- 전시 기간 (운송이 아님 — 별도 담보 필요)
- 철거·재포장 → 귀로 운송 → 출발지 복귀
전시 기간 중 손해는 별도 담보다
전시 기간 중의 도난·파손을 담보하려면 적하보험에 전시 담보(Exhibition cover)를 붙이거나, 전시 기간을 포함한 별도 재물 담보를 설계해야 합니다. 예술품·귀금속처럼 고가·대체불가 목적물이라면 운송부터 전시·반환까지 하나로 잇는 Wall to Wall 구조를 쓰기도 합니다.
전시 현장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손해는 이런 형태입니다.
- 관람객이 많은 시간대의 소형 기기·샘플 분실
- 야간 무인 시간대의 도난 — 부스 잠금 여부와 보안 조건이 인수심사 항목이 됩니다
- 설치·철거 중 낙하·충격 파손 — 사고가 가장 몰리는 구간입니다
- 전원·냉각 문제로 인한 장비 고장
인수심사에서는 부스의 개방 형태, 야간 보안, 목적물 목록과 개별 가액, 시연 중 관람객이 직접 조작하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 정보를 정리해 제출하면 조건이 붙는 일이 줄어듭니다.
왕복이라는 점 — 귀로 구간을 빠뜨리기 쉽다
전시품 운송은 일반 수출과 달리 돌아오는 구간이 있습니다. 편도 기준으로 부보하면 철거 후 귀로가 비고, 이 구간은 포장이 한 번 풀렸다 다시 묶인 상태라 오히려 손상 위험이 높습니다.
현지에서 판매·양도해 돌아오지 않는 물품이 생기면 목적물 구성이 달라지므로, 반출 목록과 반입 목록을 대조해 두는 것이 정산과 사고 처리 양쪽에서 필요합니다.
ATA 카르네는 보험이 아니다
전시품 일시 반출에는 ATA 카르네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카르네는 관세·통관 절차를 위한 담보 서류이지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 아닙니다.
물품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해 반입 신고를 하지 못하면, 보상은커녕 카르네 담보금이 청구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카르네와 보험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으며, 사고 시에는 두 절차가 동시에 돌아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부보금액을 어떻게 잡나
전시품은 판매용 상품과 달리 송장 가액이 없거나 실제 가치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양산 전 시제품·데모 장비 — 시장 가격이 없으므로 재제작 비용(부품비 + 제작 공수)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 대체 불가능한 목업·모형 — 손해가 나면 전시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물건값만이 아니라 재제작 소요 기간을 함께 검토합니다
- 고가 완제품 — 신품 대체가격 기준인지 감가 기준인지 약정 방식을 사전에 정합니다
가액을 낮게 신고하면 사고 시 비례보상으로 실제 손해의 일부만 받게 되고, 반대로 근거 없이 높게 신고하면 인수 단계에서 증빙을 요구받습니다. 산정 근거를 함께 제출하는 편이 실무적으로 빠릅니다.
체크리스트
- 주최측 요구 보험(배상책임)과 전시품 담보를 분리해서 확인했는가
- 담보 구간이 왕복 전 구간과 전시 기간을 포함하는가
- 전시장 반입·개봉·설치 시점에 담보가 끊기지 않는가
- 야간 보안 조건과 부스 형태를 보험회사에 고지했는가
- 시제품·목업의 부보금액 산정 근거가 있는가
- ATA 카르네 이용 시 사고 대응 절차를 확인했는가
- 반출 목록과 반입 목록을 대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본 글은 당사가 실제로 검토·중개한 사안을 의뢰인 식별정보를 제거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시회명·개최지·목적물은 특정이 불가능하도록 일반화했습니다. 약관 내용과 인수 기준은 보험회사·상품·개정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보험금 지급 여부와 조건은 개별 약관·사실관계·보험회사 인수심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 당사 수수료는 보험회사가 부담하며 계약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없습니다(보험업법 제98조). (당사 검토 사례 · 익명 처리)
알아두실 사항
- 이 글은 적하보험 및 전시 관련 담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자료이며, 특정 보험상품의 청약을 권유하거나 담보를 확약하는 것이 아닙니다.
- 해외 전시회의 보험 요구조건은 전시회·연도·부스 형태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해당 전시회의 참가 안내서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보험계약 체결 전 상품설명서 및 약관을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면책 및 지급제한 사유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보험중개사는 보험계약자를 위하여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서, 보험회사를 대리하여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료를 수령할 권한이 없습니다.
- 계약 체결을 권유받으시거나 요청하시는 경우, 상품의 중요사항에 대해 설명받으실 수 있습니다.
- 보험료·보상한도·담보 범위는 보험회사의 인수심사를 거쳐 확정되며, 법령·약관 인용은 작성 시점의 현행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 사실관계 정정 요청은 sales@cargoinsu.com 으로 보내주시면 확인 후 수정하고 정정 일자를 기록합니다. 당사의 편집 기준은 편집 기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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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운송과 전시 기간을 하나로 잇는 담보 구조를 먼저 정리해 드립니다. 주최측이 요구하는 배상책임 증빙과는 별개로 검토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